지난주 열린 2026 바르셀로나 그랑프리.
F1뉴비인 나는 이번에도 남표니와 열심히 챙겨보았다.
지난번 안토넬리가 우승했던 모나코 경기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레이스였다.
단순히 우승자가 해밀턴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세대와 구세대, 그리고 미래와 현재가 한 레이스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FP만 해도 분위기는 완전 메르세데스 쪽이었다.
안토넬리는 모나코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뒤 바르셀로나까지 기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나 역시 이전 경기부터 F1을 챙겨본 뉴비로서 안토넬리가 이번에도 우승의 중심에서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퀄리파잉에서는 러셀이 폴포지션(젤 앞에서 출발!)을 차지했고, 해밀턴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했다.
페라리의 페이스가 좋아보이기는 했지만, 메르세데스가 조금 더 안정적이라 느껴졌고
러셀과 안토넬리가 1,3위를 차지하며 기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레이스가 시작되자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장면들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안토넬리의 추격전이었다.
레이스 중반까지 러셀이 선두권에서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고,
안토넬리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러셀을 추격하면서도 뒤에서 노리스가 압박하기 때문에 쉽게 어쩌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
러셀은 같은 팀이기에 위험하게 역전하기 쉽지 않았고
노리스 또한 계속해서 간격을 좁혀오고 있었다.
(이미 해밀턴은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음)
러셀과 안토넬리의 간격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뒤에서 노리스가 따라 붙는 상황이라
메르세데스에서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운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괴물 신인답게 안토넬리는 점차 간격을 줄였고 타이어 관리를 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성급하고 무리하게 파고 들지 않았으며, 한 바퀴 먼저 타이어를 갈아낀 러셀의 약점을 기다렸다.
기회가 오자 과감하게 차를 들이밀었고 파고 들었다.

두 메르세데스 드라이버가 나란히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은 진짜 이번 경기에서 최고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니아니, 여태껏 봤던 경기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지난 모나코경기부터 본 뉴비지만 :)ㅋㅋㅋㅋ)
안토넬리가 러셀을 넘어서는 순간 가장 짜릿했고 멋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정말 자신의 실력으로. 재능으로 스스로를 증명한 순간이었다.
단순히 빠른 선수가 아닌 레이스 운영까지 갖춘 드라이버라고 생각되어졌다.
그래서 역전 후 얼마되지 않아 전기 계통 문제로 리타이어한 점이 정말 아쉽게 느껴졌다.
역전하고 해밀턴과의 우승 경쟁을 바로 이어나갈 것 같았는데.
이렇게 끝난다고? 리타이어한다고?!??
지난번 우승했던 모습을 봐서인지 더욱 아깝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날의 주인공은 루이스 해밀턴이었다.
해밀턴은 이번 시즌 내내 페라리 이적 후 기대했던 만큼 비난도 비판도 많이 받았었는데.
일부에서는 이미 전성기가 끝났다는 등의 이야기에 시달려 왔다.
나 역시 남표니가 해밀턴이 대단한 선수라는 설명에 대해 별로 믿지 않았고. 지금은 한물간 선수아냐라는 생각을 했다.
41세라는 나이는 F1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이고, 최근에는 20대의 젊은 드라이버들이 그리드를 장악하고 있어
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레이스에서 해밀턴은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이 왜 역대 최고의 드라이버 중 한명이었는지 증명해냈다.
경쟁자들보다 한번 더 피트스톱을 가져가는 3스톱 전략을 짠 페라리였는데, 정말 기가막히게 먹혔다.
세이프티카 상황이 발동하면서 더 이 전략이 유리해진 면도 있었지만.
이 전략의 성공을 현실로 만든 사람 또한 해밀턴이었기에 더욱 안정적이었다.
후반부 새 타이어를 장착한 해밀턴은 (남편의 표현에 따라자면) 마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든 듯.
랩타임이 꾸준히 유지됐고, 타이어 관리도 완벽했으며, 경쟁자들(러셀과 안토넬리)이 타이어 성능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오히려 계속 빠르게 달렸다.

결국 루이스 해밀턴은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으며 페라리 이적 후 첫 승을 기록했다.
이번 우승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해밀턴이 우승 하나를 추가했다는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밀턴이 바르셀로나에서 신예 시절 최연소 드라이버로 기록을 남겼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더 최고령 우승 기록을 만들어내며, 여전히 정상급 드라이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
일주일 전 모나코에서 안토넬리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었는데,
해밀턴은 바르셀로나에서 두 번의 기록을 세웠다.
다시 한번 전설이 정상에 올라섰고, 바르셀로나 GP는 바로 그 상징성이었다.
안토넬리가 보여준 공격적인 추격과 젊은 패기.
그리고 해밀턴이 보여준 노력함과 경험이 한 레이스 안에 모두 담겨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모나코 경기보다 바르셀로나 경기가 더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모든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 F1도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지만,
진짜 전설은 쉽게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 계속 그 자리에 남아있다는 것.
바르셀로나에서의 해밀턴은 바로 그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음 경기를 또 기다리며.
F1뉴비의 짦은 경기 리뷰였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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